
얼마 전 GLMC26 후기에서 AI는 결국 음악 하는 사람들의 도구가 될 거라고 썼다. 가상악기도, 샘플링도 처음엔 반대가 컸지만 지금은 다들 쓰는 것처럼 말이다. 그런데 그 '도구'를 둘러싼 판이 요 1~2년 사이에 크게 바뀌었다. 2024년만 해도 메이저 레이블이 AI 음악 서비스를 고소하던 그림이었는데, 지금은 같은 회사들이 계약서를 쓰고 있다. 그 사이 뭐가 바뀌었고, 만드는 사람 입장에서는 뭘 알아둬야 하는지 정리해봤다.
흐름을 날짜순으로 보면 이렇다.
한때 "남의 음악 훔쳐서 만든 AI"라는 소리를 듣던 회사들이, 이제는 정식 라이선스를 받은 데이터로 모델을 만든다는 쪽으로 방향을 튼 셈이다.
계약이 생기면서 서비스 이용 방식도 달라졌다. 이건 AI 음악 도구를 써본 사람이라면 체감할 부분이다.
정리하면 "뭐든 만들어서 마음대로 가져다 쓰는" 시절은 끝나가고 있다. 특히 AI로 만든 결과물을 바로 발매하거나 작업에 붙여 쓰려는 사람이라면, 지금 쓰는 서비스가 결과물을 어디까지 밖으로 가져갈 수 있게 해주는지부터 확인해야 한다.
계약 소식만 보면 다 정리된 것 같지만, 싸움은 아직 진행 중이다.
결국 레이블과 AI 회사 사이에서는 돈이 오가기 시작했지만, 실제로 곡을 만들고 연주한 사람들에게 그 돈이 어떻게 돌아가는지는 아직 아무도 시원하게 답하지 못하고 있다.
국내 상황도 정리가 안 되기는 마찬가지다. 한국음악저작권협회(음저협)는 2026년 8월 3일부터 AI를 활용한 곡도 저작권 등록을 받아주는 새 기준을 시행했다. 내용은 대략 이렇다.
그런데 이 기준은 22일 만에 철회됐다. 문화체육관광부가 문화예술계 전반의 논의가 먼저 필요하다는 공문을 보낸 뒤였다. 그 사이 새 기준으로 등록된 곡은 취소 절차를 밟고, 심사 중이던 곡은 다시 보류됐다.
문제는 지금 상태가 꽤 이상하다는 거다. 2025년 3월부터 AI를 썼다고 밝힌 곡은 일부만 썼어도 곡 전체가 등록 보류된다. 반대로 숨기면 걸러낼 방법이 없다. 실제로 AI 사용을 신고하지 않은 4명이 1년 반 정도 사이에 저작권료로 163억 원을 받아 간 일이 있었고, 음저협이 고발했지만 수사기관은 AI로 만든 곡인지 가려낼 수 없다는 이유로 불송치했다. 솔직하게 밝힌 사람은 손해 보고, 숨긴 사람은 이득을 보는 구조다.
이게 왜 급한 문제인지는 숫자를 보면 바로 보인다.
스트리밍 정산은 결국 한정된 파이를 나눠 갖는 구조다. 봇으로 부풀린 AI 곡 재생이 늘면 사람이 만든 곡의 몫이 그만큼 줄어든다.
나는 여전히 AI가 도구가 될 거라고 생각한다. 나도 작업에 AI를 꽤 쓰고 있고, 쓰지 말자는 쪽은 아니다. 다만 이번 흐름을 정리하면서 확실해진 건, 도구로 쓰는 것과 AI가 만든 걸 그대로 내 곡이라고 내놓는 건 완전히 다른 문제라는 점이다.
당장 실무에서 챙길 만한 건 이 정도다.
AI가 도구가 되는 건 시간문제라고 보지만, 그 도구를 어떻게 쓰고 거기서 나온 돈을 누가 가져가는지에 대한 규칙은 아직 만들어지는 중이다. 음저협의 새 기준이 다시 나오면 그때 이어서 정리해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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