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 컨텐츠

본문 제목

AI 음악, 소송하던 레이블이 손잡았다 — Suno·Udio 계약 이후 달라진 것들

홈레코딩/최신 이슈

by thefrequency 2026. 10. 24. 09:00

본문

반응형

얼마 전 GLMC26 후기에서 AI는 결국 음악 하는 사람들의 도구가 될 거라고 썼다. 가상악기도, 샘플링도 처음엔 반대가 컸지만 지금은 다들 쓰는 것처럼 말이다. 그런데 그 '도구'를 둘러싼 판이 요 1~2년 사이에 크게 바뀌었다. 2024년만 해도 메이저 레이블이 AI 음악 서비스를 고소하던 그림이었는데, 지금은 같은 회사들이 계약서를 쓰고 있다. 그 사이 뭐가 바뀌었고, 만드는 사람 입장에서는 뭘 알아둬야 하는지 정리해봤다.

2년 만에 소송에서 계약으로

흐름을 날짜순으로 보면 이렇다.

  • 2024년: 유니버설, 소니, 워너 세 메이저 레이블이 Suno와 Udio를 저작권 침해로 고소했다. 허락 없이 기존 곡들로 AI를 학습시켰다는 이유다.
  • 2025년 10월: 유니버설이 Udio와 합의하고 파트너가 됐다.
  • 2025년 11월: 워너가 Udio, Suno와 차례로 합의하고 라이선스 계약을 맺었다.
  • 2026년: Udio는 인디 레이블 쪽 권리를 대행하는 Merlin, 음악 퍼블리셔 Kobalt와 계약했다. Suno는 8월 BMG, 9월 Believe(TuneCore 운영사)와 계약했다.

한때 "남의 음악 훔쳐서 만든 AI"라는 소리를 듣던 회사들이, 이제는 정식 라이선스를 받은 데이터로 모델을 만든다는 쪽으로 방향을 튼 셈이다.

쓰는 사람 입장에서 바뀐 것

계약이 생기면서 서비스 이용 방식도 달라졌다. 이건 AI 음악 도구를 써본 사람이라면 체감할 부분이다.

  • Suno: 무료 사용자는 만든 곡을 듣고 공유만 할 수 있고 다운로드는 막혔다. 다운로드는 유료 계정만 가능하고, 그것도 매달 정해진 개수까지다. 예전 모델은 정리하고 라이선스받은 데이터로 만든 새 모델로 넘어간다고 했다.
  • Udio: 만든 결과물을 플랫폼 밖으로 가지고 나갈 수 없는, 일종의 '닫힌 정원' 방식으로 바뀌었다.
  • 아티스트 참여: 원하는 아티스트와 작곡가는 자기 이름, 목소리, 스타일을 AI 생성에 쓰도록 허락하고 수익을 나눠 받을 수 있게 한다고 한다. 다만 얼마를 어떻게 나눠주는지는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정리하면 "뭐든 만들어서 마음대로 가져다 쓰는" 시절은 끝나가고 있다. 특히 AI로 만든 결과물을 바로 발매하거나 작업에 붙여 쓰려는 사람이라면, 지금 쓰는 서비스가 결과물을 어디까지 밖으로 가져갈 수 있게 해주는지부터 확인해야 한다.

그럼 문제는 다 풀렸나? 아직 아니다

계약 소식만 보면 다 정리된 것 같지만, 싸움은 아직 진행 중이다.

  • 소니와 유니버설은 여전히 Suno와 소송 중이고, 9월에는 Suno의 최신 모델도 저작권을 침해한다며 소송을 하나 더 걸었다.
  • 소니는 7월에 Udio를 상대로 3만 곡이 넘는 녹음물에 대한 소송을 따로 냈다.
  • 독일에서는 저작권 단체 GEMA가 낸 소송에서 뮌헨 법원이 Suno의 저작권 침해를 인정했다.
  • 미국 음악가 노조(AFM)는 6월에 유니버설과 워너를 고소했다. 세션 연주자들이 참여한 녹음을 AI 회사에 넘기면서 연주자들에게는 돈도, 어떤 곡이 들어갔는지도 알려주지 않았다는 이유다.

결국 레이블과 AI 회사 사이에서는 돈이 오가기 시작했지만, 실제로 곡을 만들고 연주한 사람들에게 그 돈이 어떻게 돌아가는지는 아직 아무도 시원하게 답하지 못하고 있다.

한국은? 음저협 AI 기준, 22일 만에 철회

국내 상황도 정리가 안 되기는 마찬가지다. 한국음악저작권협회(음저협)는 2026년 8월 3일부터 AI를 활용한 곡도 저작권 등록을 받아주는 새 기준을 시행했다. 내용은 대략 이렇다.

  • 작사, 작곡, 편곡 중 사람이 실제로 주도해서 만든 부분만 등록할 수 있다.
  • 프롬프트만 넣고 AI가 통째로 만든 결과물, 이른바 '딸깍' 음악은 등록 대상이 아니다.
  • AI를 쓴 부분, 쓴 도구, 사람이 기여한 부분을 신고해야 하고, 거짓 신고가 드러나면 부당하게 받은 돈의 최대 3배를 물어내야 한다.

그런데 이 기준은 22일 만에 철회됐다. 문화체육관광부가 문화예술계 전반의 논의가 먼저 필요하다는 공문을 보낸 뒤였다. 그 사이 새 기준으로 등록된 곡은 취소 절차를 밟고, 심사 중이던 곡은 다시 보류됐다.

문제는 지금 상태가 꽤 이상하다는 거다. 2025년 3월부터 AI를 썼다고 밝힌 곡은 일부만 썼어도 곡 전체가 등록 보류된다. 반대로 숨기면 걸러낼 방법이 없다. 실제로 AI 사용을 신고하지 않은 4명이 1년 반 정도 사이에 저작권료로 163억 원을 받아 간 일이 있었고, 음저협이 고발했지만 수사기관은 AI로 만든 곡인지 가려낼 수 없다는 이유로 불송치했다. 솔직하게 밝힌 사람은 손해 보고, 숨긴 사람은 이득을 보는 구조다.

숫자로 보는 AI 음악 홍수

이게 왜 급한 문제인지는 숫자를 보면 바로 보인다.

  • 프랑스 스트리밍 서비스 디저(Deezer)에 따르면, 하루에 올라오는 AI 생성곡은 2025년 1월 약 1만 곡(전체의 10% 정도)에서 2026년 6월 약 9만 곡으로 늘었다. 하루 업로드의 절반이 넘는다.
  • 그런데 전체 재생 중 AI 생성곡이 차지하는 비중은 1~3% 정도이고, 그 재생의 최대 85%가 봇을 이용한 조작이었다고 한다.
  • 골드만삭스는 AI가 2035년까지 음원 시장 매출을 10% 정도 늘릴 수 있다고 보면서도, AI 곡이 쏟아지면 사람이 만든 곡에 돌아갈 몫이 줄어들 수 있다고 경고했다.

스트리밍 정산은 결국 한정된 파이를 나눠 갖는 구조다. 봇으로 부풀린 AI 곡 재생이 늘면 사람이 만든 곡의 몫이 그만큼 줄어든다.

만드는 사람으로서 드는 생각

나는 여전히 AI가 도구가 될 거라고 생각한다. 나도 작업에 AI를 꽤 쓰고 있고, 쓰지 말자는 쪽은 아니다. 다만 이번 흐름을 정리하면서 확실해진 건, 도구로 쓰는 것과 AI가 만든 걸 그대로 내 곡이라고 내놓는 건 완전히 다른 문제라는 점이다.

당장 실무에서 챙길 만한 건 이 정도다.

  • 지금 쓰는 AI 음악 서비스가 결과물을 밖으로 가져가 써도 되는지, 상업적으로 써도 되는지 약관부터 확인하기
  • AI를 쓴 작업이라면 어디에 어떻게 썼는지 기록을 남겨두기. 음저협 기준은 철회됐지만, 결국 비슷한 방식의 신고가 다시 나올 가능성이 높다.
  • 레퍼런스나 가이드 단계에서 쓰는 것과 최종 결과물에 들어가는 것을 구분해두기

정리하며

  • 해외: 메이저 레이블과 AI 회사가 소송에서 계약으로 돌아섰다. 그 대가로 무료 다운로드는 막히고 결과물 사용은 더 좁아졌다.
  • 아직 남은 싸움: 소니·유니버설과 Suno의 소송, 연주자 노조 소송, 아티스트 정산 구조 비공개
  • 국내: 음저협 AI 기준은 22일 만에 철회됐고, 지금은 밝히면 보류, 숨기면 못 거르는 상태다.
  • 숫자: AI 곡은 하루 업로드의 절반을 넘었지만, 재생의 상당수는 조작이었다.

AI가 도구가 되는 건 시간문제라고 보지만, 그 도구를 어떻게 쓰고 거기서 나온 돈을 누가 가져가는지에 대한 규칙은 아직 만들어지는 중이다. 음저협의 새 기준이 다시 나오면 그때 이어서 정리해보겠다.

반응형

관련글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