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달에 GLMC26 프리뷰 글을 올리면서 다녀와서 후기를 쓰겠다고 했는데, 그 약속을 지키러 왔다. 이틀 일정 중에 나는 10월 17일 토요일 하루만 다녀왔다. 프리뷰 때 제일 궁금했던 건 세 가지였다. 제작 기술 얘기와 산업 얘기가 어느 정도 비중일지, 엔지니어 세션에서 홈레코딩 하는 입장에서 건질 게 있을지, 그리고 AI 세션은 어떨지. 결론부터 말하면 이번 하루는 AI 세션 하나로 본전을 뽑았다.
토요일 세션은 AI 이야기로 시작해서 프로듀서 세션, 엔지니어들이 나온 마지막 세션까지 이어졌다. 프리뷰에서 "제작 기술 위주로 기대하고 가면 결이 다르게 느껴질 수 있겠다"고 적었는데, 실제로도 그랬다. 믹싱 노하우 같은 기술 얘기보다는 씬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앨범은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요즘 제일 뜨거운 저작권과 AI 문제까지 음악 산업 전반에 대한 이야기가 대부분이었다. 엔지니어들이 나온 마지막 세션도 결국 씬 이야기가 중심이었다.
가장 흥미롭게 들은 건 첫 번째 세션이었다. 프로듀서이자 AI 아키텍트인 박진배 님이 현업에서 AI를 실제로 어떻게 쓰고 있는지를 풀어주는 자리였는데, 듣는 내내 지금 내 작업이랑 겹치는 부분이 많았다.
나도 요즘 AI를 작업에 꽤 많이 쓰고 있다. 이 블로그에 올렸던 개발기들처럼 Claude로 필요한 도구를 직접 만들어 쓰기도 하고, AI 음악 생성 도구로 가이드를 뽑아보면서 이것저것 시행착오를 겪는 중이다. 그래서 현업에 있는 사람이 본인 작업 흐름 어디에 AI를 끼워 넣고 있는지를 직접 듣는 게 정말 공부가 됐다. 혼자 이것저것 만져보면서 "이게 맞나" 싶던 부분이 어느 정도 정리되는 느낌이었다.
재밌었던 건 객석 분위기였다. 내 체감으로는 AI에 대해 아직 회의적인 쪽이 조금 더 많아 보였다. 그 마음도 이해는 간다. 그런데 나는 생각이 좀 다르다. 실제 악기로 다 연주하던 시절에 가상악기가 들어왔을 때도 반대가 컸지만 지금은 다들 가상악기를 쓴다. 샘플링도 한때 말이 많았지만 지금은 스플라이스 안 쓰는 사람을 찾기가 더 어렵다. AI도 결국 음악 하는 사람들의 도구 중 하나가 될 거라고 본다. 그래서 오히려 지금부터 미리 써보고 공부해둬야 나중에 늦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그런 의미에서 이 세션은 나한테 인사이트가 많았던 시간이었다.
다른 좋은 말도 많았지만, 지금 당장 깊이 새겨둘 만한 건 세 번째 세션의 STRONG DRAGON 님 QnA였다. 객석에서 "탑라이너에게 필요한 소양은 무엇인가" 같은 질문이 나왔는데, 돌아온 답이 "영어를 잘해야 한다"였다.
듣는 순간 꽤 자극이 됐다. 해외 작가들과 같이 곡을 쓰고 해외 곡을 다루는 일이 많은 지금 씬에서는 그럴 수밖에 없겠다 싶었다. 거창한 테크닉보다 이런 기본기 이야기가 오히려 오래 남는다. 나도 영어 공부를 좀 해야겠다.
프리뷰에서 홈레코딩 하는 입장에서 건질 게 있을지가 제일 궁금하다고 했는데, 솔직히 말하면 작업 과정에 당장 추가할 만한 테크닉은 크게 없었다.
대신 실무 쪽으로는 얻은 게 있었다. 내 곡을 발매하려면 어떤 과정을 거치는지, 클라이언트와는 어떻게 소통하는지, 곡을 발매하기 위해 엔지니어와 어떤 식으로 이야기를 주고받는지 같은 프로세스 이야기다. 장비나 플러그인 얘기는 아니지만 결국 곡을 세상에 내보내는 건 이런 과정이라, 이 부분에서 인사이트를 꽤 얻었다.
무대 위에 콘솔과 스피커가 놓여 있어서 실제 곡 세션을 열어서 들려주는 시연이 있을 줄 알았다. 그런데 그건 무대 연출용이었고, 진행은 말로 풀어가는 강연 방식이었다. 같이 간 일행은 이 부분을 꽤 아쉬워했다. 나는 오히려 토크쇼 보는 느낌이라 나쁘지 않았다. 이런 방식도 있구나 싶었다.
또 하나는 현장 안내다. 나중에 인스타그램을 보니 UA 부스나 장비 체험 같은 것도 있었던 것 같은데, 현장에서는 그게 어디 있는지 알기 어려웠다. 미리 찾아보지 않고 간 내 잘못도 있지만, 이런 부대 행사는 조금 더 적극적으로 알려줬으면 어땠을까 싶다.
좌석은 선착순이었고, 학생들이 단체로 많이 온 것 같아서 꽤 붐볐다. 그래도 자리가 없을 정도는 아니었다. 음향은 나는 계속 앞자리에서 들어서 괜찮았는데, 뒤쪽은 조금 울려서 말이 잘 안 들렸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은 들었다.
나는 일행 덕분에 할인가로 다녀왔는데, 정가인 1일권 4만 5천 원으로 계산해도 첫 번째 AI 세션 두 시간만으로 충분히 값어치를 했다고 본다. 라인업은 보통 미리 공개되니까, 그중에 관심 가는 주제가 있다면 하루 정도 가보는 건 충분히 추천한다.
이미 현업에 깊이 있는 사람에게는 솔직히 잘 모르겠다. 대신 음악계가 어떻게 굴러가는지 아직 잘 모르거나, 프로듀서·탑라이너·엔지니어를 지망하는 학생이라면 꼭 한번 가보라고 하고 싶다. 당장 다 이해가 안 되더라도 이 업계에서 실제로 일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직접 들어보는 것만으로 공부가 된다.
프리뷰에서 궁금해했던 세 가지에 답을 적어보면 이렇다.
마스터클래스에서 컨퍼런스로 바뀐 첫해라 아직 다듬을 부분도 보였지만, 관심 있는 주제가 있는 날 하루를 골라 가기에는 충분히 괜찮은 행사였다. 나는 일단 영어 공부부터 시작해야겠다.
| AI 음악, 소송하던 레이블이 손잡았다 — Suno·Udio 계약 이후 달라진 것들 (0) | 2026.10.24 |
|---|---|
| UA 볼트 2세대 6종 출시 — 입문용 인터페이스 판이 또 바뀐다 (0) | 2026.10.14 |
| 오토튠 2026, 다시 만들어졌다 (0) | 2026.10.07 |
| GLMC26, 마스터클래스에서 컨퍼런스로 — 라인업 미리 정리해본다 (0) | 2026.09.2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