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신 차려보니 벌써 9월 말이다. 8월 말에 삽질기 시리즈 마무리하고 오인페 글까지 쓰다 보니 이번 달 컴백들을 하나도 못 챙겼는데, 달력을 보니 9월이 유독 컴백 러시였더라. 그래서 이번 글은 개별 아티스트 하나 파는 대신, 9월 한 달 동안 나온 것 중에 개인적으로 귀에 걸렸던 것들 위주로 몰아서 정리해본다.
샤이니 [Atmos] (9/1) — 데뷔 연차가 쌓일수록 사운드를 덜어내는 그룹들이 많은데, 샤이니는 반대로 신스 레이어를 더 두껍게 쌓는 쪽으로 갔다. 후렴 직전 빌드업 구간에서 신스 패드를 층층이 쌓아올리는 처리가 특히 인상적이다.
트레저 [New Wav] (9/1) — 앨범명 그대로 사운드 방향을 확실히 틀었다. 믹스에서 로우엔드 처리가 이전 앨범들보다 훨씬 과감해졌고, 킥과 베이스 사이 공간을 넓게 잡아서 저음이 뭉치지 않고 각각 또렷하게 들린다.
마마무 [4ward] (9/4) — 보컬 그룹답게 이번에도 편곡보다 보컬 레이어링이 곡을 끌고 가는 구조다. 코러스 스택을 쌓는 방식이 곡마다 조금씩 달라서, 앨범을 쭉 들어보면 편곡팀이 보컬을 악기처럼 다루고 있다는 게 느껴진다.
보이넥스트도어 [Home] (9/8) — 밴드 사운드 기반은 그대로 유지하면서 훅 파트에만 신스를 살짝 얹은 정도로, 밸런스를 잘 잡았다. 밴드 편성 특유의 라이브감을 해치지 않으면서 팝적인 훅을 챙긴 절충이 자연스럽다.
라이즈 [II] (9/15) — 앨범 단위로 들었을 때 트랙 간 톤 편차가 크지 않아서, 앨범 전체를 하나의 무드로 설계했다는 인상을 받았다. 개별 싱글로 소비되는 걸 감안하면 이런 식으로 앨범 단위 통일감을 신경 쓴 게 오히려 눈에 띈다.
스테이씨 [2:Love] (9/16) — 청량 콘셉트는 유지하면서 브릿지 파트 화성이 예전보다 확실히 복잡해졌다. 그룹 특유의 톤을 지키면서 편곡적으로는 조금씩 난이도를 올리는 방향으로 가는 것 같다.
에이티즈 [Golden Hour: Part.5] (9/26) — 시리즈 마지막답게 이전 파트들의 모티프를 회수하는 편곡이 꽤 영리하다. 앞선 시리즈에서 썼던 모티프를 후반부에 다시 배치해서, 시리즈 전체를 하나의 곡처럼 듣게 만드는 구성이 좋았다.
로제 - New Trick (9/18)
개러지 펑크 기반인데, 솔로 앨범 이후로 본인 취향을 훨씬 더 밀어붙이는 느낌이다. 보컬을 일부러 더블링 없이 얇게 두고, 기타 쪽엔 디스토션을 아낌없이 걸어놓은 게 들린다. 처음 들었을 땐 살짝 거칠다고 느꼈는데, 몇 번 반복해서 들으니 그 러프한 질감 자체가 의도된 선택이라는 게 확실해진다. 편곡가 입장에서는 이렇게 일부러 안 다듬은 것처럼 들리게 믹스하는 게 오히려 더 손이 많이 가는 작업이라는 걸 안다. 로파이스러운 질감을 깔끔하게 정돈된 사운드보다 훨씬 세밀하게 컨트롤해야 하기 때문이다.
아이유 - 이 별로부터 (9/10)
정규 활동 텀이 좀 있다가 나온 곡이라 그런지 편곡보다 보컬 자체에 확실히 힘을 실어줬다는 인상이다. 인트로부터 반주를 거의 비워두고 보컬만 앞에 세우다가, 후렴에 가서야 스트링과 리듬 섹션을 한 번에 밀어 넣는 구조라 다이내믹 레인지가 꽤 크다. 이런 편곡은 곡 전체의 텐션을 보컬 혼자 책임져야 해서 부담이 큰 방식인데, 그걸 아무렇지 않게 소화하니까 왜 계속 레퍼런스로 돌려 듣게 되는지 알 것 같다. 프로듀서 입장에서 보면 이렇게 뺄 건 다 빼고 가는 편곡이 오히려 자신감의 표현이기도 하다.
이창섭 - 리;메이크 (9/15)
발라드와 알앤비 중심의 세 번째 미니앨범. 타이틀 '사계, 그리고 너'는 사랑의 여러 순간을 사계절에 빗댄 가사인데, 편곡이 거기에 정확히 맞춰져 있다. 피아노와 스트링 위주로 최소한만 쌓아두고, 브릿지에서만 살짝 텐션 코드를 얹어서 감정을 밀어올리는 전형적인 발라드 편곡 방식이다. 이런 식으로 절제된 편곡은 사실 만들기가 더 까다롭다. 악기가 적을수록 보컬의 호흡, 톤, 피치 하나하나가 그대로 드러나기 때문에, 결국 보컬 실력과 디렉팅이 곡의 완성도를 전부 결정해버린다. 이 앨범은 그 절제가 잘 먹힌 케이스라고 본다.
한 달치를 몰아 들으니 오히려 보이는 게 있었다. 대형 그룹들은 사운드를 더 두껍고 과감하게 미는 쪽으로, 솔로 아티스트 쪽은 반대로 질감을 살리거나 편곡을 덜어내는 쪽으로 가는 게 눈에 띄었다. 다음 달부터는 다시 매주 정리하는 걸로 페이스를 되찾아볼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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