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글은 영업글이다. 미리 말해둔다. 존 스플릿호프(John Splithoff)를 좋아하는 사람이 아직 존박 정규 2집 'PSST!'를, 그 중에서도 'NIGHTCRAWLER'를 안 들어봤다면, 이 글 다 읽고도 안 듣는 건 진심으로 손해라고 생각한다. 그 정도로 확신을 갖고 쓴다.
이 앨범, 한국대중음악상에서 최우수 팝 음반까지 받았다. 그런데 체감상 실제로 챙겨 들은 사람은 수상 이력에 비해 너무 적다. 왜 아무도 이 곡 얘기를 안 하지, 싶을 정도로. 그래서 오늘은 앨범 전체와, 내가 유독 꽂힌 NIGHTCRAWLER를 제대로 영업해보려고 한다.
'PSST!'는 존박이 11년 만에 낸 정규 2집이다. 제목 그대로 '쉿'이라는 뜻인데, 존박 본인은 인터뷰에서 이걸 "남몰래 귓속말하기 전에 입으로 내는 신호"라고 설명했다. 여태 하지 못했던 이야기를 이 앨범에 담았다는 뜻이다. 프로듀서 홍소진과 1년 반을 갈아 넣었고, 곡마다 접근 방식을 다르게 가져갔다.
결혼하고 아이가 생기면서 "적어도 내 아이가 자랑스러워할 음악은 남겨야겠다"는 마음으로 만들었다는 이야기까지 알고 나면, 이 앨범을 대충 흘려 들을 수가 없어진다. 11년을 기다려서 낸 앨범이 이 정도 밀도라는 게, 듣다 보면 계속 느껴진다.
인터뷰 원문은 여기서 볼 수 있다: 존박은 존박 — 아레나코리아 인터뷰
총 11곡, 재즈와 소울을 기반으로 한 팝. 한국대중음악상 선정위원들이 "미국 시대별 R&B를 총망라한 앨범"이라고 평했을 정도로, 한 시대에 갇히지 않고 여러 톤의 R&B를 자연스럽게 오간다. "첫 곡부터 마지막 곡까지 쭉 듣게 만드는 응집력"이라는 평까지 받았는데, 실제로 들어보면 절대 과장이 아니다. 타이틀곡은 '꿈처럼'이지만, 순서대로 쭉 듣다 보면 오히려 뒤쪽 트랙에서 더 마음이 갈 확률이 높다. 나한테는 그게 NIGHTCRAWLER였다.
세 번째 트랙 NIGHTCRAWLER는 잠들지 않는 도시에서, 위험하지만 매혹적인 존재를 뒤쫓는 이야기를 그린 곡이다. 솔직히 발매 당시 평이 아주 좋았던 곡은 아니다. "다소 장황하다", "어색함이 맴돈다"는 얘기도 있었다. 그런데 나는 그 지점이 오히려 이 곡의 매력이라고 생각한다. 듣자마자 꽂히는 후렴 대신, 계속 곱씹게 만드는 쪽이다.
곡을 들을 때마다 도시 위를 천천히 배회하는 느낌이 든다. 코드 진행이 화려하게 터지는 대신 낮게 깔려서 긴장감을 계속 유지하고, 보컬도 힘을 빼고 같은 톤으로 속삭이듯 이어간다. 밝고 개방적인 그루브가 아니라, 뭔가를 몰래 따라가는 은근하고 끈적한 느낌에 가깝다. 노래 제목처럼 밤거리를 어슬렁거리는(crawl) 감각을 소리로 그대로 구현했다. 이걸 안 듣고 넘어가는 건 정말 아깝다.
존 스플릿호프를 좋아하는 이유가 복고풍 소울에 현대적인 프로듀싱을 얹은, 힘 안 준 듯한 여유로운 보컬 때문이라면 NIGHTCRAWLER는 거의 예정된 만족감이라고 봐도 된다. 둘 다 목소리를 크게 밀어붙이는 대신 절제된 톤으로 그루브를 타는 스타일이고, 사운드 텍스처도 따뜻하면서 약간 몽롱한 느낌을 공유한다. 화려한 후렴으로 승부하는 곡이 아니라 반복해서 들을수록 분위기에 스며드는 쪽이라는 점도 똑같다.
밤에, 특히 차 타고 이동할 때나 혼자 방 불 끄고 들을 때 제일 잘 붙는다. 앨범 전체를 낮에 배경음악처럼 트는 것도 좋지만, NIGHTCRAWLER만큼은 곡 제목이 요구하는 시간대에 한 번은 제대로 들어봤으면 한다.
상까지 받은 앨범인데 이렇게 조용히 묻히기엔 아깝다. 앨범 전체 완성도는 말할 것도 없고, NIGHTCRAWLER는 평가와 별개로 나한테는 계속 돌려 듣게 되는 곡이다. 존 스플릿호프 스타일을 좋아한다면 더더욱 그냥 지나치지 말고 딱 한 번만 들어봤으면 한다. 그 한 번이면 충분할 거라고 생각한다.
NIGHTCRAWLER는 여기서 바로 들을 수 있다: 존박(John Park) - NIGHTCRAWLER (공식 오디오, Kakao Entertainment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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